
사당귀 촬영지 푼주와 지평주조 송파 막걸리 맛집 산책
요즘 예능 보면서 장소 검색하는 게 취미가 됐어요. 여행 가기엔 애매한 주말, 집에서 넷플릭스도 질릴 때쯤 TV를 켜면 어느새 또 따라가고 싶은 장소가 생기죠. 그중 가장 기억에 남았던 건 KBS2 예능 프로그램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였어요. 그날 방송엔 박명수가 서울 송파구 문정동에 있는 푼주라는 식당에 나타났고, 100년 전통을 자랑하는 지평주조와도 연결돼 있는 모습이 나왔거든요.
그냥 지나쳤으면 몰랐을 한식 오마카세 식당과, 오래된 양조장이 지금은 드라마 독수리오형제의 배경이자, 예능 속 스타가 된 모습이 꽤 인상 깊었어요. 마침 주말 산책 겸, 송파로 향했습니다. 목적은 딱 하나. 예능에서 본 푼주에서 막걸리 한 잔 마셔보는 것. 그리고 그 막걸리가 어디서 왔는지, 지평주조의 이야기도 직접 찾아보고 싶었죠.
그렇게 시작된 송파의 막걸리 맛집 산책. 음식과 공간, 술과 이야기가 함께였던 하루를 천천히 풀어볼게요.

오래된 술집의 새로운 얼굴, 지평주조
지평주조는 경기도 양평에서 1925년에 시작된 양조장이에요. 시골마을에서 가족끼리 빚던 술이었는데, 지금은 연매출 500억 원이 넘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어요. 100년 가까운 시간 동안 전통을 지키면서도 변화에 유연했던 거죠.
이 양조장이 특별한 이유는 단순한 생산공장이 아니라는 거예요. 6·25 당시 프랑스군 지휘소로 쓰였던 공간은 지금 문화재로 등록돼 있고, 전통주를 전시하고 체험할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으로도 바뀌었어요. 저처럼 막걸리에 크게 관심 없던 사람도 방문해보고 싶어질 만큼, 스토리가 풍부하더라고요.
게다가 드라마 독수리오형제에서 독수리술도가로 배경에 등장하는 장소도 이 지평주조였고, 실제로 천안공장은 극 중 신라브루어리 촬영지로도 쓰였다고 해요. K드라마 좋아하는 분이라면 꼭 체크할 포인트죠.

송파 문정동의 푼주, 도심 속 작은 술 한 상
푼주(PUNJU)는 서울 송파구 문정동, 건영아파트 사거리 한복판에 있어요. 말끔하고 세련된 외관에 솔직히 처음엔 고급 레스토랑인가 싶었어요. 그런데 간판 옆에 작게 적힌 한식 오마카세라는 말에 호기심이 더 생기더라고요.
이곳은 지평주조에서 직접 운영하는 공간이에요. 단순한 식당이 아니라, 술을 이야기하고 음식과 함께 경험하는 곳이죠. 메뉴는 계절마다 바뀌는 오마카세 형식. 푼주에서는 술이 중심이에요. 특히나 지평주조의 다양한 막걸리를 한 상에 담아내는데, 마시는 순간 바로 알 수 있었어요. 이 집은 술이 주인공이다.
방송에서 박명수가 대표와 함께 손님들을 맞이하고, 막걸리를 소개하는 장면이 꽤 재미있었는데요. 실제로 가보면 정적인 분위기보다는 편안하고 자연스러워요. 예약은 필수고, 술을 못 마시더라도 음식만으로도 충분히 매력 있는 곳이에요.

사당귀 촬영지라는 타이틀, 기대 이상이었어요




푼주가 주목받은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예능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의 촬영지였다는 점이에요. 박명수 특유의 직설적인 말투와 익살스러운 진행 덕분에 분위기는 시종일관 유쾌했는데, 그 안에 있는 지평주조 CEO의 진지한 고민도 인상 깊었어요.
단순한 방송용 세트가 아니라, 실제로 운영되는 매장과 브랜드를 통해 전통주의 매력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인상적이었어요. 또 이 촬영을 계기로 푼주는 검색어 상위에 오를 만큼 많은 관심을 받았고, 실제 방문자도 늘었다고 하더라고요.
저도 그 방송을 보고 찾아간 사람 중 하나로서, 방송에 나온 그대로의 모습을 경험할 수 있어서 만족했어요. 그냥 예능에 나왔다는 이유만으로는 부족했을 텐데, 공간의 품격이나 음식, 그리고 술맛까지 확실히 기본이 탄탄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먹고 마시고, 한 그릇의 여행
푼주를 나와 근처 방이동 먹자골목 쪽으로 향했어요. 방송에서 잠깐 비춰졌던 순천옥이란 식당이 생각났거든요. 생선구이와 오징어볶음이 맛있다고 하던데, 푼주에서의 오마카세와는 정반대의 느낌이라 궁금했어요.
결론부터 말하면, 아주 정겹고 투박한 맛이었어요. 전통주와 한상 차림을 즐기고 나서 소박한 생선구이로 입가심하니 하루가 완성된 느낌이었죠. 송파라는 지역이 이렇게 다양한 맛과 결을 품고 있다는 걸 처음 알게 됐어요.
막걸리를 마신 건데, 시간을 마신 것 같았던 하루
지평주조라는 브랜드를 알게 된 것도, 푼주라는 공간을 만난 것도 다 우연이었지만, 돌아오는 길엔 조금은 운명 같기도 했어요. 요즘처럼 바쁘고 단조로운 일상 속에서, 전통과 시간의 결을 느낄 수 있는 경험은 흔치 않거든요.
사당귀 촬영지라는 흥미로운 배경 덕분에 시작된 여정이었지만, 결국엔 술 한 잔 속에서 오래된 이야기를 마주하고, 오늘의 나를 돌아보게 된 하루였어요. 여러분도 푼주와 지평주조, 꼭 한 번 다녀와보세요. 진짜 괜찮은 곳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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